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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공지능이 추천해 주는 책을 사고, 알고리즘이 골라준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낼 때,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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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한 것일까, 아니면 데이터가 정해준 정답을 그저 따르고 있는 것일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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찰스 길리스피의 과학사 명저, 객관성의 한계를 읽으며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묵직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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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나눌 이야기는 이 책의 중반부인 5장과 6장, 자연법은 윤리가 아니고 화학은 언어가 된다는 선언에 관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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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야기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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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에 저는 과학의 언어가 그저 세상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도구라고만 생각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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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, 그 정확한 언어가 때로는 얼마나 위험한 권위로 오용될 수 있는지 새롭게 보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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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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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지식인들은 뉴턴의 성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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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주의 복잡한 움직임이 수학적 법칙 하나로 명쾌하게 설명되는 것을 보며, 인간 사회의 윤리와 정치도 그렇게 명쾌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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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 믿었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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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저자는 이 지점에서 날카로운 경고를 던집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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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연법칙은 무엇이 일어나는가 하는 사실을 말해줄 뿐,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당위를 직접 가르쳐주지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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않는다는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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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을 뜻하는 이즈와, 당위를 뜻하는 오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깊은 간격이 존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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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학이 아무리 훌륭하고 객관적이라 한들, 그것이 인간의 가치 판단과 책임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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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면, 라부아지에가 이끈 화학 혁명은 과학의 언어가 내부적으로 제대로 설계될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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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여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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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부아지에 이전의 화학은 불확실한 이름과 추측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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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라부아지에는 단순히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, 화학을 다루는 언어 자체를 완전히 새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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설계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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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울을 도입해 화학의 수량을 정의했고, 체계적인 명명법을 만들어 화학의 문법을 세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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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손을 거치며 화학 반응식은 양변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, 검증 가능한 문장이 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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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인공지능과 데이터 시스템을 떠올렸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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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의 인공지능은 종종 사실과 추론, 그리고 권고를 교묘하게 섞어서 우리에게 답을 제시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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확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, 은근슬쩍 당신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로 둔갑하곤 하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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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라부아지에의 화학식처럼, 좋은 시스템일수록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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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추천 안에서도, 관찰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추론, 그리고 사용자가 직접 판단해야 할 선택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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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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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데이터 설계는 단순히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, 생각을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문법을 만드는 일이어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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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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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저는 이번 독서를 계기로 제 일과 글쓰기에서 한 가지 원칙을 적용해 보려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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데이터를 다루거나 정보를 조직할 때,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검증 가능한 구조, 즉 나만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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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확한 스키마를 먼저 설계하는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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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한 인공지능의 답변을 받아볼 때도, 사실을 말하는 문장과 행동을 권하는 문장을 의식적으로 분리해서 받아들이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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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도를 연습하려고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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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은 과학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, 매일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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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획자나 개발자, 그리고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주체성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깊은 통찰을 줄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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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의 한 문장 독후감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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객관성은 세상을 정확히 부르는 언어를 만들지만, 그 언어가 우리의 목적과 책임까지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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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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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3:04,000 --> 00:03:06,000
시간에는 생명과 진화의 역사를 다룬 다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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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을 통해, 목적의 언어가 어떻게 역사와 선택의 언어로 바뀌어 가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