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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은 보기 위해 있고, 날개는 날기 위해 존재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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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흔히 생명체나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바라볼 때, 그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는지를 먼저 묻곤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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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정말 그럴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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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11,000 --> 00:00:16,000
설계자의 완벽한 의도 없이도, 그토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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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16,000 --> 00:00:22,000
찰스 길리스피의 고전, 객관성의 칼날을 읽으며 저는 이 질문을 깊이 붙잡게 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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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22,000 --> 00:00:29,000
오늘 나눌 이야기는 이 책의 네 번째 이야기로, 생물이 어떻게 목적의 언어에서 벗어나 계보와 선택의 언어를 얻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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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29,000 --> 00:00:30,000
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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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물학은 물리학이나 화학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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객관성의 언어를 얻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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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35,000 --> 00:00:37,000
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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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37,000 --> 00:00:40,000
생명은 너무나 쉽게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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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40,000 --> 00:00:47,000
꽃은 번식하기 위해 피어나고, 카멜레온은 숨기 위해 색을 바꾼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훨씬 자연스럽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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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47,000 --> 00:00:48,000
직관적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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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48,000 --> 00:00:53,000
길리스피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다윈의 위대함은 바로 이 언어의 판도를 바꾼 데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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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53,000 --> 00:01:00,000
다윈은 목적처럼 보이는 그 정교한 적응의 결과를, 아무런 목적도 의도도 없는 선택의 역사로 설명해 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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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명은 무엇을 위해 설계되었는가라는 질문 대신, 어떤 변이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아 누적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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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물학을 비로소 객관화한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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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대목을 읽으며 제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인공지능과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이 떠올랐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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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흔히 뛰어난 인공지능 모델이나 거대한 코드베이스가 설계자의 천재적인 의도와 완벽한 아키텍처에서 탄생한다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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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21,000 --> 00:01:23,000
믿고 싶어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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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23,000 --> 00:01:24,000
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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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많은 버전의 실험, 수천 번의 실패한 테스트 코드, 그리고 사용자와 시장이라는 냉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구조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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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31,000 --> 00:01:33,000
겹겹이 쌓인 결과물에 가깝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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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33,000 --> 00:01:40,000
코드베이스도 생물처럼 고유한 계보를 갖고, 인공지능 모델 역시 데이터와 평가라는 선택 압력 속에서 끊임없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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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40,000 --> 00:01:41,000
진화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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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41,000 --> 00:01:47,000
개발자이자 기획자로서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다윈의 핵심이 그저 종이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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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47,000 --> 00:01:48,000
생각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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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48,000 --> 00:01:52,000
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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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52,000 --> 00:01:58,000
정말 중요한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, 그 변화를 지속해서 걸러내고 누적시키는 선택의 구조였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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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58,000 --> 00:02:02,000
이 관점을 우리의 일에 대입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질문들이 꼬리를 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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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2:02,000 --> 00:02:08,000
예를 들어, 인공지능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완벽한 설계일까요, 아니면 정교한 평가 기준일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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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윈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설정하는 평가 기준, 즉 벤치마크는 일종의 진화 환경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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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평가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살아남는 인공지능의 행동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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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것은 완벽한 결과물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, 건강한 선택 압력이 작동하는 환경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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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인 셈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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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한, 책에서 다루는 멘델과 모건의 유전학은 생물학에 분석과 합성의 단위를 제공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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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는 소프트웨어의 디버깅 과정과 아주 닮아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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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추적 가능한 최소 단위로 분해하고, 이를 다시 조합해 보면서 동일한 현상을 재현해 내는 과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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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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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명도 코드도, 결국 추적 가능한 변경의 단위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와 계보를 이룹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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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은 단순히 과학의 역사를 나열하는 지식 책이 아닙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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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기획자, 개발자, 그리고 무언가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하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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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 창작자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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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만든 서비스가 왜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라면, 설계자의 의도가 아닌 환경과 선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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압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새로운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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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의 독후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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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명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생명의 의미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, 목적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질서를 역사와 선택의 절차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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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설명해 내는 일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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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설계된 대로 살아가고 있을까요, 아니면 선택의 역사 속에서 빚어지고 있을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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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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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간에는 에너지와 엔트로피,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물리적 장의 세계를 지나며 객관성이 어떻게 확률의 언어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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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3:37,000 --> 00:03:38,000
나아가는지, 그 마지막 여정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