﻿1
00:00:00,000 --> 00:00:06,000
이름 하나를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, 나는 요즘 들어 자주 묻게 됐습니다.

2
00:00:06,000 --> 00:00:10,000
누군가를 찾을 때 우리는 대개 감정을 먼저 말합니다.

3
00:00:10,000 --> 00:00:13,000
걱정돼, 보고 싶어,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.

4
00:00:13,000 --> 00:00:16,000
그런데 막상 그 사람을 찾는 일은 감정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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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16,000 --> 00:00:21,000
훨씬 조용하고 끈기 있는 일이더라는 걸,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꼈습니다.

6
00:00:21,000 --> 00:00:26,000
에리카 엔도의 Hello, Universe, 네 번째 회차를 읽었습니다.

7
00:00:26,000 --> 00:00:33,000
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아이들은 더 이상 각자의 자리에서 불안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.

8
00:00:33,000 --> 00:00:39,000
누군가는 이름을 기억하고, 누군가는 장소를 떠올리고, 누군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집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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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39,000 --> 00:00:43,000
사라진 친구를 찾는 과정이 점점 하나의 흐름으로 모여듭니다.

10
00:00:43,000 --> 00:00:49,000
읽기 전에 나는 이 소설이 친밀함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.

11
00:00:49,000 --> 00:00:54,000
친구가 위험에 빠지면 용기를 내서 구하러 간다, 뻔한 구조 아닐까 하고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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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54,000 --> 00:00:56,000
그런데 이번 장들을 읽고 나니

13
00:00:56,000 --> 00:00:58,000
그 짐작이 틀렸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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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0:58,000 --> 00:01:01,000
이 소설이 말하는 우정은 너를 좋아해라는 선언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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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0:01:01,000 --> 00:01:06,000
먼저, 네가 보이지 않을 때 포기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나타납니다.

16
00:01:06,000 --> 00:01:07,000
용기라기보다

17
00:01:07,000 --> 00:01:08,000
책임에 가까웠습니다.

18
00:01:08,000 --> 00:01:13,000
이번 범위에서 내 눈을 멈추게 한 표현이 두 개 있었습니다.

19
00:01:13,000 --> 00:01:16,000
첫 번째는 타나카 앤 서머싯이라는 이름입니다.

20
00:01:16,000 --> 00:01:23,000
흩어진 사람과 사건을 연결하는 단서가, 아주 사소한 이름 하나에 들어 있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.

21
00:01:23,000 --> 00:01:30,000
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일은 그 사람을 주변으로 밀어내지 않는, 아주 작지만 분명한 행동이더라고요.

22
00:01:30,000 --> 00:01:35,000
우리는 무심코 이름을 대충 부르거나, 까먹고 지나치곤 합니다.

23
00:01:35,000 --> 00:01:41,000
그런데 이름이 기억된다는 건, 너를 내 망각 너머로 밀어두지 않겠다는 뜻입니다.

24
00:01:41,000 --> 00:01:44,000
두 번째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표현입니다.

25
00:01:44,000 --> 00:01:48,000
아이들은 완벽하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.

26
00:01:48,000 --> 00:01:49,000
그런데도 움직입니다.

27
00:01:49,000 --> 00:01:54,000
완벽한 정보가 아니라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한 발짝 내딛는 거죠.

28
00:01:54,000 --> 00:01:56,000
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.

29
00:01:56,000 --> 00:01:58,000
책임

30
00:01:58,000 --> 00:02:03,000
있는 행동은 모든 불확실성이 사라난 뒤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.

31
00:02:03,000 --> 00:02:04,000
불확실한 상황에서 다음

32
00:02:04,000 --> 00:02:08,000
확인을 멈추지 않는 것, 그게 책임의 진짜 모양이었습니다.

33
00:02:08,000 --> 00:02:11,000
협력에 대해서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.

34
00:02:11,000 --> 00:02:17,000
나는 협력이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.

35
00:02:17,000 --> 00:02:18,000
그런데 아이들을 보니

36
00:02:18,000 --> 00:02:23,000
협력은 같은 능력을 갖는 일이 아니라 다른 강점을 이어 붙이는 일이었습니다.

37
00:02:23,000 --> 00:02:29,000
누군가는 기억하고, 누군가는 직관을 따르고, 누군가는 물리적으로 움직입니다.

38
00:02:29,000 --> 00:02:34,000
똑같아지지 않아도,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내어놓으면 그게 협력이 됐습니다.

39
00:02:34,000 --> 00:02:38,000
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일을 돌아보게 됐습니다.

40
00:02:38,000 --> 00:02:46,000
함께 일할 때 각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 줄씩 적어본 적이 있나, 스스로 물었습니다.

41
00:02:46,000 --> 00:02:52,000
대부분의 경우 나는 상대가 뭘 할 수 있는지 정확히 모른 채 일을 진행하곤 했습니다.

42
00:02:52,000 --> 00:02:57,000
그리고 누군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바쁠 거라고 단정하고 넘어갔습니다.

43
00:02:57,000 --> 00:03:02,000
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, 확인 경로를 하나 더 만들기 전에 포기했던 거죠.

44
00:03:02,000 --> 00:03:06,000
이 책은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지 생각해봤습니다.

45
00:03:06,000 --> 00:03:13,000
조직이나 팀에서 누군가와 협력하면서,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고만 느끼는 분들에게 특히 좋을 것 같았습니다.

46
00:03:13,000 --> 00:03:18,000
친밀함의 부족이 아니라 책임의 분배가 문제일 때가 많으니까요.

47
00:03:18,000 --> 00:03:26,000
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 일이 아니다라고 물러나는 속도가 빠른 편인 분들에게도, 한 번쯤 자신의 반응을 점검하게

48
00:03:26,000 --> 00:03:27,000
만드는 책입니다.

49
00:03:27,000 --> 00:03:30,000
한 문장으로 이번 회차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.

50
00:03:30,000 --> 00:03:36,000
누군가를 찾는 일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, 흩어진 단서를 함께 책임지는 실천이다.

51
00:03:36,000 --> 00:03:43,000
마지막 다섯 번째 회차에서는 이 구조적인 모험이 끝난 뒤에 어떤 목소리와 관계가 남는지를 읽게 됩니다.

52
00:03:43,000 --> 00:03:50,000
사라진 사람을 찾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, 그 뒤에 함께 살아가는 일이 남아 있을 테니까요.

53
00:03:50,000 --> 00:03:52,000
그 질문을 안고 다음

54
00:03:52,000 --> 00:03:53,000
회차로 넘어갑니다.

55
00:03:53,000 --> 00:03:58,000
여러분도 최근에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불러준 적이 있나요.

56
00:03:58,000 --> 00:04:04,000
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는 일이, 관계의 가장 작은 책임이 될 수 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