﻿1
00:00:00,000 --> 00:00:02,000
목소리는 어디서 커질까.

2
00:00:02,000 --> 00:00:04,000
나는 오랫동안 그게 의지 문제라고 믿었다.

3
00:00:04,000 --> 00:00:10,000
더 크게 말하고, 더 먼저 말하고, 떨리는 걸 억누르면 목소리는 자란다고.

4
00:00:10,000 --> 00:00:11,000
그런데 에리너 엔트라다

5
00:00:11,000 --> 00:00:17,000
켈리의 Hello, Universe를 다섯 번째 회차까지 읽고 나니, 그 믿음이 흔들렸다.

6
00:00:17,000 --> 00:00:19,000
이 책을 처음

7
00:00:19,000 --> 00:00:22,000
집은 건 조용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.

8
00:00:22,000 --> 00:00:25,000
비르질, 카오리, 라마니, 체트, 서머.

9
00:00:25,000 --> 00:00:28,000
각자 자기 우주를 조용히 지키고 있는 아이들.

10
00:00:28,000 --> 00:00:33,000
나는 이 회차에서 위기를 빠져나오는 장면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.

11
00:00:33,000 --> 00:00:37,000
사건이 해결되고, 겁쟁이가 용기를 얻고, 모두가 변하는 결말.

12
00:00:37,000 --> 00:00:40,000
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런 이야기.

13
00:00:40,000 --> 00:00:43,000
그런데 책은 그 결말을 주지 않는다.

14
00:00:43,000 --> 00:00:49,000
마지막 구간을 읽으며 깨달은 건, 비르질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.

15
00:00:49,000 --> 00:00:54,000
그는 여전히 조용하고, 여전히 겁이 많고, 다른 아이들도 각자 서툴기는 마찬가지다.

16
00:00:54,000 --> 00:00:56,000
다만 변한 게 하나 있다.

17
00:00:56,000 --> 00:01:00,000
이제 그는 자기 조용함을 혼자 견뎌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.

18
00:01:00,000 --> 00:01:02,000
이게 이 책이 말하는 성장이다.

19
00:01:02,000 --> 00:01:06,000
거창한 변신이 아니라, 서로의 약함을 알고도 곁에 남는 관계.

20
00:01:06,000 --> 00:01:14,000
누군가를 찾는 일이 그 사람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걸, 아이들은 위기 한가운데서가 아니라 위기가

21
00:01:14,000 --> 00:01:16,000
지난 뒤에야 깨닫는다.

22
00:01:16,000 --> 00:01:18,000
읽으면서 계속 멈추게 만든 장면이 있었다.

23
00:01:18,000 --> 00:01:22,000
마지막 장의 제목이 Messages, 메시지라는 것이다.

24
00:01:22,000 --> 00:01:26,000
이 책은 끝내 관계의 신호를 다루고 있다는 고백 같았다.

25
00:01:26,000 --> 00:01:33,000
한 사람의 목소리는 혼자 크게 만드는 게 아니라, 서로 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때 비로소 자란다.

26
00:01:33,000 --> 00:01:37,000
그 문장을 읽고 나서 며칠 동안 하나를 자꾸 되물었다.

27
00:01:37,000 --> 00:01:42,000
나는 다른 사람에게 답할 수 있는 통로를, 얼마나 자주 열어 두고 있는가.

28
00:01:42,000 --> 00:01:43,000
솔직히 말하면 별로.

29
00:01:43,000 --> 00:01:48,000
나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되, 답이 돌아올 자리를 잘 만들지 않는다.

30
00:01:48,000 --> 00:01:51,000
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기다리지 않는다.

31
00:01:51,000 --> 00:01:52,000
읽고 넘어간다.

32
00:01:52,000 --> 00:01:54,000
용기를 냈다는 것 자체로 끝낸다.

33
00:01:54,000 --> 00:01:56,000
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.

34
00:01:56,000 --> 00:02:02,000
용기는 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, 누군가와 연결된 뒤에도 자기 말을 해 보는 다음

35
00:02:02,000 --> 00:02:03,000
행동이라고.

36
00:02:03,000 --> 00:02:07,000
답할 수 있는 자리까지 만들어야 비로소 목소리가 된다고.

37
00:02:07,000 --> 00:02:10,000
그래서 이번 주에 한 가지를 해 보기로 했다.

38
00:02:10,000 --> 00:02:14,000
누군가에게 네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.

39
00:02:14,000 --> 00:02:19,000
내가 할 말만 쏟아놓는 게 아니라, 상대가 답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두는 것.

40
00:02:19,000 --> 00:02:20,000
그리고 하나 더.

41
00:02:20,000 --> 00:02:25,000
어떤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남는 감정과 책임을 따로 정리해 보는 것.

42
00:02:25,000 --> 00:02:27,000
해결이 끝이 아니라 책임의 다음

43
00:02:27,000 --> 00:02:31,000
장면이라는 걸, 이 책이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.

44
00:02:31,000 --> 00:02:33,000
이 책이 특히 의미 있는 사람이 있다.

45
00:02:33,000 --> 00:02:36,000
자기가 조용한 걸 약점이라고 믿는 사람.

46
00:02:36,000 --> 00:02:39,000
더 큰 목소리를 내야만 강해진다고 배워 온 사람.

47
00:02:39,000 --> 00:02:45,000
그리고 무언가를 겪고 난 뒤, 사건은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이라고 느끼는 사람.

48
00:02:45,000 --> 00:02:52,000
어른이건 아이건, 누군가에게 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에게, 이 책은 조용히

49
00:02:52,000 --> 00:02:53,000
다가온다.

50
00:02:53,000 --> 00:02:55,000
한 문장으로 남기겠다.

51
00:02:55,000 --> 00:02:57,000
목소리는 혼자 커지지 않는다.

52
00:02:57,000 --> 00:03:02,000
누군가가 기다리고, 듣고, 다시 답할 때 비로소 자기 목소리가 된다.

53
00:03:02,000 --> 00:03:03,000
그리고 다음

54
00:03:03,000 --> 00:03:05,000
책을 고르며 나는 하나를 더 묻는다.

55
00:03:05,000 --> 00:03:13,000
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들이, 나를 더 크게 만드는 걸까, 아니면 누군가에게 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

56
00:03:13,000 --> 00:03:13,000
걸까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