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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날 저녁, 노트에 적힌 개념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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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지금까지 개념을 다룰 때, 그것이 무엇과 같은지를 먼저 정하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았을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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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진 홀랜드가 쓴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독자 가이드를 읽으면서, 그 질문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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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작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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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히 1장 앞부분을 읽는 동안, 들뢰즈가 왜 동일성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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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이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았는지 궁금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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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이 고정된 본질을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라, 차이와 생성이 일어나는 운동을 붙잡는 일이라는 점이 제게는 낯설면서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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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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읽기 전에는 들뢰즈 철학이 여전히 추상적이고, 현실의 작업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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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홀랜드는 들뢰즈가 스피노자, 니체, 베르그손 같은 비주류의 계보를 통해 힘, 욕망, 생명, 생성이라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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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점으로 세계를 다시 보려 했다는 점을 차분히 보여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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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념을 사전처럼 정의하는 대신, 그것이 어떤 변형 가능성을 열어주는지를 묻는 태도가 제게는 더 실질적으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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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가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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읽으면서 가장 크게 흔들린 부분은 제 노트 필기와 글쓰기 방식이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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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은 개념을 분류하고 정의하는 데 익숙했는데, 이제는 “이 개념이 어떤 변이를 허용하는가”를 먼저 생각하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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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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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스템을 만들거나 글을 쓸 때도, 대상이 무엇인지를 박제하기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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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안에서 어떤 차이가 생겨날 수 있는지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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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주류 계보를 불러오는 태도 역시, 낡은 문제를 새로운 각도로 여는 방법이라는 점이 실천적으로 느껴졌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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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앞으로는 하나의 개념을 만날 때, 그것이 반대하는 상식을 먼저 적어보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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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정된 명사 대신 동사형 질문으로 바꿔보는 것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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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작은 변화가 제 글과 프로젝트 설계에 어떤 다른 흐름을 만들지, 직접 확인해보고 싶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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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은 자신의 사고가 지나치게 분류와 정의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사람, 특히 글을 쓰거나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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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는 분들에게 가까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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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 자체를 깊이 파고들려는 사람보다는, 자신의 작업과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움직이게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더 의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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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을 책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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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문장으로 남는 것은, 들뢰즈는 철학을 차이와 생성의 운동을 붙잡는 작업으로 다시 열어 보인 사람이라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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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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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에는 이 차이가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장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, 더 가까운 사례를 찾아 읽어보고 싶습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