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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을 덮은 뒤로 한동안, “내가 왜 그랬을까”라는 질문이 자꾸만 돌아왔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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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질문이 점점 피곤하게 느껴지던 차에, 유진 홀랜드가 쓴 『Deleuze and Guattari’s A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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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ousand Plateaus』 입문서를 펼쳐 보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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읽기 전에는 무의식이란 결국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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프로이트식으로든, 라캉식으로든, 내 안의 무언가를 해석해 내면 문제가 풀릴 거라고 믿었지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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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홀랜드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그 전제를 완전히 뒤집는다고 말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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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의식은 해석할 텍스트가 아니라,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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욕망을 결핍으로 보는 대신, 생산으로 보는 순간 달라지는 것이 있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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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정이나 충동을 “무엇을 의미하는가”로 묻는 대신, “이것이 지금 무엇을 연결하고,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가”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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묻게 된 거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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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자 개인의 심리 문제로 보였던 것들이 갑자기 사회적 배치와 제도의 문제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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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불편했던 지점은 바로 이 확장이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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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감정의 원인을 가족이나 어린 시절에서 찾는 대신, 지금 내가 속한 관계, 일의 구조, 글을 쓰는 방식 자체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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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여다보게 만들었으니까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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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시에 가장 해방감이 들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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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판이 더 이상 나를 분석하는 행위가 아니라, 내가 어떤 연결을 만들고 있는지를 재배치하는 행위로 바뀌었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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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문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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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제로 제 경우, 노트를 정리할 때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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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 생각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”를 먼저 묻곤 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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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로는 “이 개념이 지금 어떤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가”를 먼저 보게 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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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사이트 카드를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, 다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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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업을 움직이는 화폐처럼 다루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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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은 의미를 찾는 대신, 작동하는 구조를 살피는 습관이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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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은 자기 분석에 지친 사람, 특히 창작이나 학습,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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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파고드는 대신, 지금 자신이 어떤 배치 안에 놓여 있는지를 새롭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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싶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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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의식은 결국 생산하는 힘이었다는 한 문장이, 지금도 가끔씩 제 질문을 바꿔 놓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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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번에는 어떤 배치를, 어떻게 다시 연결해 볼까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