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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이 자기 안에만 갇혀 있으면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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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물음이 자꾸만 남아서, 들뢰즈와 가타리의 『천 개의 고원』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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홀랜드가 쓴 독자 가이드북을 따라 1장을 천천히 들여다보았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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읽기 전에는 철학책이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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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 개념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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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책은 달랐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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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학은 개념을 만들지만, 그 재료는 철학 바깥에서 온다고 말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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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학은 함수와 모델을, 예술은 감각의 블록을 만든다고 구분하면서, 『천 개의 고원』이 문학, 생물학, 정치경제학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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음악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설명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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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은 단순히 여러 분야를 섞는 것이 아니라, 개념을 생성하는 방식 자체였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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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부분에서 제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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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그동안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을 할 때마다, ‘이게 너무 산만한가’ 하는 걱정을 자주 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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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이 책은 그런 연결이 장식이 아니라 사유의 엔진이라고 말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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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념이 철학 내부에서만 순환하면 결국 메아리에 그친다는 점이, 읽는 동안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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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서의 태도였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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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독서는 지식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변환하는 일이라는 구절을 보고, 제가 해온 노트 작업을 다시 돌아보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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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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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은 발췌하고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는데, 정작 그 내용이 제 글쓰기나 프로젝트에서 어떤 새로운 질문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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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들어내는지는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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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는 하나의 개념을 과학 사례, 예술 사례, 정치 사례에 각각 연결해보는 작은 실험을 시작해보려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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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책은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보다는, 자신의 작업이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 필요할 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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같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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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을 쓰거나, 무언가를 설계하거나, 여러 영역을 오가며 생각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면, 이 책이 들려주는 ‘변환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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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법’이 실질적인 힌트가 될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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읽고 난 뒤 제게 남은 한 문장은 이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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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념은 접속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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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에는 이 생각을 제 글쓰기에서 실제로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, 그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들고 가보려 합니다.
